덕암 칼럼 청소부와 고물상과 정화조
2026.08.13 13:32:15

한국에는 약 15,000가지의 직업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루에도 수 십 가지의 직종이 생겨나고 사라지니 한때 업으로 여기고 먹고 살던 사람들이 평상시 해오던 일을 놓아야 하는 경우 어떤 일이 생길까.
오래전 양복점, 수제 구두방, 양품점, 잡화상, 철물점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업종들이 어느날 갑자기 손님이 줄어들고 하나 둘 씩 문을 닫는 종점을 맞이했다. 대량 생산 뿐만 아니라 수입 물품과의 가격경쟁, 품질이나 a/s 경쟁은 사실상 자영업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질지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이제 자본주의 단점인 무한 경쟁, 각자도생의 시대에 약자나 느린 자는 밥먹고 살기 어려워지는 시대에 도래했다. 특히 4차 산업의 융성과 AI 시대에 진입하자 그나마 벌어먹던 전문직들도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제 어쩔 것인가.
죄다 기계한테 맡겨놓고 사람만이 살 수 있는 직종을 알아야 하고 기왕이면 소득이 좋은 업종을 선택해야 할텐데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건 죄다 외국인 근로자들한테 떠 넘기고 나니 차 떼고 포 떼고 한국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비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남성 뿐만 아니라 집안일을 위주로 살아오던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안정된 직업을 갖는다는 게 일부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을 비롯한 몇몇 업종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큰소리칠 상황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먹고 살일은 한정되어 있으니 국민 누구나 각자 도생의 길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오늘은 여러 가지 직업 중 망하지 않는 업종 2가지를 소개한다. 약 36년 전 일이다.
필자가 허허벌판의 고잔신도시와 시화공단의 건립 전 불모지에서 중장비로 구분된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으로 한창 겁 없이 설치던 시절이었다. 당시 우연히 알게된 고물상 사장과 친분이 생겼는데 1톤 화물차 1대로 겨우 시작한 고물상이 15톤 덤프트럭 10대나 운영하던 필자와 격차는 컸다.
그 고물상 사장이 하던 말, 앞으로 10년 뒤 달라진 입장 일거라는 말, 정확히 맞았다. 지금도 고물상이 망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평상 시 파지나 알미늄 캔, 돈이 된다면 뭐든지 닥치는대로 모아서 수익을 챙기는 일, 자세히 보면 진정한 애국자다.
모두가 버리는 쓰레기 중 자원이 될만한 재료를 수집, 재활용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 또한 하루 100리터 씩 쓰레기를 처리하며 캔과 병을 모으지만 현대사회의 오만한 쓰레기 발생이 언젠가 후손에게 치명적인 재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고물상이야 말로 그 어떤 업종보다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을 아끼며 묵묵히 일하는 애국자이자 성실하지 않으면 꾸려 갈 수 없는 업종이기에 차세대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과정은 훌륭한 학습 소재가 될 수 있다.다음 두 번째 업종으로 쓰레기 청소부다.
한때 쓰레기 수거에 대한 파업으로 동네 어귀마다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파리떼가 들끊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물류, 의료, 건설, 등 많은 파업이 있었지만 쓰레기 청소부는 묵묵히 각자의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 잘해도 표시가 안 나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월급 주니까 하는 일이라고 보기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든 깨끗한 사무실에서 9시 출근 6시 퇴근하고 싶지 야심한 밤에 달리는 청소차에 매달려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필자는 15,000가지 직업 중 위의 2가지 업종에 대해 오늘만큼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사람은 물론 하늘의 조류, 땅위의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벌레는 물론 물속의 모든 물고기가 살기 위해 먹어야 먹었으면 배설해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식당에 멋진 인터레어, 우아한 식탁에 멋진 접시,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 거기에 원하는 음식을 접시에 담아 기분좋게 먹는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하게 먹어도 배설은 모두 한결같다. 그래서인가 먹는 건 참아도 싸는 건 못 참는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요양원 어르신들은 간병인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적게 드신다. 쓰레기 또한 마찬가지다.
냉장고 쇼케이스에 나열된 음료, 주류, 다양한 종류의 마실 것들은 물론 매장에 진열된 물품 중 내용물 대비 과대한 포장으로 먹고 나면 분리 쓰레기로 남아 고물상의 손에 의해 재활용되는 과정이 있다. 공병하나, 캔하나 얼마나 될까.
하지만 쉽게 먹고 마시고 그냥 버리면 그만인 그 병과 캔과 플라스틱이 누군가의 수고로 인해 다시 쓰인다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필자가 이렇듯 구구절절 고물상과 청소부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은 그들이야 말로 여의도 국회의원들 보다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애국자라고 보기에 하는 말이다.
필자는 20대 중반에도 공병을 수년간 모아 보았고 50대 중반에도 공병을 모아 돈을 만들어본 적이 있으며 환갑을 넘긴 지금도 매일 쓰레기 더미속에 공병과 캔을 모으고 있다. 팔아서 번 돈이 얼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자원의 소중함, 과대 포장으로 인한 낭비, 함부로 버린 쓰레기로 인해 훼손되는 환경, 그 어떤 점을 생각하더라도 그 많은 업종들 중 청소부와 고물상은 대단한 업종이다. 1997년 IMF가 터졌을 때 반월, 시화공단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폐업으로 문을 닫았다. 평소 요란하게 돌아가던 기계들이 멈췄다.
인건비나 세금까지 밀리고 더 팔게 없자 돌리던 기계들이 중고시장에 나왔다. 물론 살 사람이 없고 결국 고물상들이 죄다 거둬들이는 현상이 빚어졌다. 평소 기계값의 100분이 1도 안되는 금액, 그리고 다시 경기가 회복되자 그 기계들은 고물에서 중고 기계로 승급되어 고물상들의 수익에 일조했다.
한가지 업종을 더 하자면 정화조 청소하러 다니는 오물 수거 차량도 마찬가지다. 먹었으면 싸야 하고 그건 더럽고 창피한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사람이 먹고 사는 직종이 많지만 적어도 이 3분야의 종사자들이게는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덕암 김균식
심수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