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개똥밭이라도 이승이
2026.09.09 12:10:28

세계보건기구와 국제 자살 예방 협회가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2003년 9월 10일 제1회 세계 자살 예방의 날 기념식을 가졌다. 한국에서도 2011년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여 매년 9월 10일을 자살 예방의 날로 정했다.
그 후 23년 동안 꾸준히 관련 행사가 이어진 바 있다. 이 같은 날이 정해진 배경에는 해마다 약 100만 명 이상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바 있으며 지난 50년간 이 같은 추세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은 2000년 이후 해마다 증가해 매년 평균 13,000명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OECD 국가 중 1위로 2위와의 격차가 매우 심한 편이다. 사회적 파장이 심한 것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지인과 가족들까지 정신적 경제적으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안게 되며 국가 차원의 대책이 더욱 절실한 것으로 요구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3년 한국자살예방협회를 설립했다.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마감한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든 허용될 수 없는 자유다. 굳이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라는 말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감히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 했다.
최근 기본소득당 당직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과정에 보란 듯이 팔뚝에 문신을 새기고 등장했다. 나름 개성이고 자유라 할 수 있겠지만 공인으로서 갖춰야할 사회적 예의이자 방송을 보는 청소년들 입장에서는 모방의 여지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기에 이 또한 신중함이 따라야 한다.
공인과 자유인의 차이다. 각설하고, 부모가 자식을 낳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정기와 어머니의 몸을 빌려 출생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서말 서대의 피를 흘리고 여섯말 여섯 대의 젖을 먹여 키운다는 회심곡의 한 대목이 있다. 산고를 이기고 낳은 자식을 탯줄을 자르고 업고 달래가면 키우다 보면 그 정성이 끝이 없다.
혹여 발가락 손가락 제대로 달려있는지 눈은 보이는지 커가면서 정신은 멀쩡한지 온갖 근심 걱정으로 키운다. 아프면 밤새 병원으로 달려가고 학교 다닐 때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입히고 먹이고 걸음마부터 달리기까지 귀하지 않은게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고 어린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란 말이 있다. 그렇게 키워도 예상치 못한 후천적 사고나 질병으로 몸이 성치 않을수도 있고 출가해도 먹고 사는 문제로 힘들까봐 염려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사람사는게 어느것 하나 마음대로 될까마는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것이 산자의 의무이자 낙이자 보람이라 할 수 있다. 살면서 때로는 벼슬도 하고 돈도 많이 벌고 또 때로는 뜻깊은 일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큰일은 종족보존의 거룩한 노력이다.
그렇게 부모로부터 낳고 자라고 커가면서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게 되지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다. 이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게 죄를 짓는 것이기도 하지만 하늘아래 땅위에 하나 뿐인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감안 할 때 생명처럼 귀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럼 왜 그런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인지 현실적인 이유와 대안을 찾아보자. 가장 먼저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현실도피에서 비롯된다. 죽을 만큼 두렵고 괴롭고 마음을 기댈 곳이 없을 때 삶보다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인조에게 최명길이 올린 말 중에 죽음은 가볍지만 그 모든 치욕을 짊어지고서라도 살아남아 삶을 잇는 것은 묵직한 일이라 했다. 명분이라는 거룩한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는 길보다 굴욕을 겪더라도 생명의 엄연함을 택하는 길이라며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 강한 자가 승자가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승자다. 사람이 죽음을 선택했을 때 산자가 하는 말중에 오죽하면 그랬을까 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살면서 오죽하면 이란 전제는 숱하게 겪는 일이다. 여기서 오죽이란 심하거나 대단할 때 쓰이는 말이다. 사람의 심리적 나약함이란 비교하기 나름이다.
오래전 서울 서초동 세모녀 일가족 살인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라하겠다. 강남 엘리트 가장의 몰락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48세의 가장이 실직을 하고 대출금으로 전전하다 미래가 없다는 불안감에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자해하다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다.
농촌 같았으면 대단한 부유층에 속했을 경제적 규모가 주변 이웃들과 비교우위에서 밀리자 현실을 포기한 사건이다 범인은 무기징역형에 처해져 지금도 수감중이지만 사람의 심리적 나약함이 가져온 참극이었다. 필자도 1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10년 주기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가 모두 실패한 과거가 있었다.
폭력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압박에 대한 괴로움과 인간 관계에서 겪게 되는 갈등 등으로 6번이나 시도했지만 당시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했었다. 돌이켜 보면 그 또한 감내할만한 하늘의 숙제였다는 판단이 든다. 사람이 살면서 후천적 사고로 실명을 하거나 사지가 마비 되었을때의 절망감보다 클까.
사지가 모두 기형적으로 자랐어도 일상생활을 모두 해내는 억척스런 삶도 있는데 등따숩고 배부르니 이젠 별일이 다 생의 마감 이유가 되고 있다. 심지어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사망하면 동반 자살로 따라가는 베르테르 효과도 한 몫하고 있다.
시간이 지난 자살 예방 지도사 학습으로 자격증까지 습득하고 살아생전 장례식을 미리 치르는 웰 다잉도 학습 과정을 운영한 바 있다. 모두 마음에서 비롯된다. 국가데이터처가 2025년 9월 발표한 2024년 기준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자는 1만4872명으로 2011년 1만5906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04년부터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고 10대부터 40대까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일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명색이 대통령이 하고 많은 말중에 할 말이 없어서 올해 자살사망자 감소가 정부 가장 큰 성과라고 말할까 그러면서 자살자 수 대폭 감소는 우리 정부의 여러 성과 중 가장 의미 있고,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어떤 교수는 2026년 상반기 자살사망자 수 통계가 작년에 비해 910명, 줄었다며 온 국민이 기뻐해야 할 내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뻐할 일이라면 이미 극단적 선택을 마친 사람들은 뭐가 될까.
덕암 김균식
심수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