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당선자에게 바란다
2026.06.11 14:51:42

이번 제 9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의 당선자 전원에게 바란다.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았든. 얼마의 표차로 당선 되었든 초선 인지 연임인지 다선인지 중요한 게 아니라 반드시 기억하고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지켜야 할 몇 가지 당부를 전한다.
가장 먼저 화장실 갈 때와 올 때가 다르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에 초심을 지키라는 헛소리 보다 누릴 것은 누리되 시간이 약이 될 것이라고 믿지 말라는 점이다.
인사권과 결재권, 감사권을 가진 것은 투표를 행사한 유권자들로부터 한시적으로 이양받은 권한 대행인 것이지 당선자 개인에게 주어진 특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방선거 7번, 총선거 7번을 치르며 수차례 당부했지만 여전히 알아듣지 못하는 한글이다.
간혹 처음에는 당선의 들뜬 기쁨에 고개라도 끄덕이지만 몇 달 못가서 전혀 딴 사람이 된다. 의원들 연수만 다녀와서 뺏지의 무게에 한쪽 어깨가 기울어지고 경추에는 힘이 들어가 추간판 탈출증 초기증세가 나타난다. 물론 재선이면 조금 덜 기울어지고 3선이면 숙성된 와인 마냥 여유있는 구수함도 있다.
여기서 초심이란 선거 때 시장판 돌아다니며 손을 잡았던 마음과 유세차 타고 다니며 한 표를 부탁하던 절실함을 말하는 것인데 임기 내 잘하면 그런 행위가 애절한 노력이 되고 못 하면 다음 선거 때 표를 구걸해야 하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없다는 것은 당선자 스스로 쓸데없는 해외 공무에 세금 써가며 쫒아 다닐 게 아니라 여행가고 싶거든 당당하게 자신의 개인 돈으로 가고 싶은데 골라 가는 자유를 누리라는 뜻이다. 두 번 째는 공약을 했거든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어떤 일이든 원하는 대로 잘 되면 좋겠지만 사소한 집안일도 뜻대로 안 되거늘 어찌 고을수령이 하는 일이 만인의 칭찬만 받을까. 어느 한쪽의 박수를 받으면 다른 쪽의 비난도 감수해야 하고 당선되었을 때 약속한 공약을 시민이 납득갈 정도로 이행했다면 재선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경기 안산의 경우 민주당 텃밭이라는 자만심이 국민의 힘 이민근 후보에게 당선증을 안겨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4년 전이면 지금의 야당인 윤석열 대통령이 함께 선출되던 시절 이었다. 하지만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민주당이었고 지역세 역시 민주당 일색이었던 곳이다.
그럼에도 공약 이행율 92%를 이번 선거 슬로건으로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당당함이다. 약속에 대한 책임감을 숫자로 내놓을 수 있는 건 신뢰와 연결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인사와 공정함이다. 인사는 선거때 신세를 졌으니 은혜를 갚아야 하는 것이 도리지만 어차피 피하지 못할 인사라면 자질과 능력이 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깜도 안되는 한량이들이 요직을 차지하면 그 조직에서 닳고 닳은 능구렁이 경력자들이 과연 업무지시를 뭐라고 받아들일까. 겉으로야 네네 하겠지만 정무직의 한계는 임기 내에 그치니 듣는 척만 하는 것이며 종래 행정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관할 행정 기관 내에 산하 사업소라든가 시장, 군수가 줄수 있는 자리에 연임을 감안하여 형식적인 공모절차를 거친다면 표시 나지 않게 코가 꿰여 끌려다니게 된다. 굶주린 유기견 구해줬더니 주인을 무는 일이 이미 보란 듯이 발생한 곳이 경기 안산이다.
분야마다 공천을 목적으로 인사질을 개판으로 하다가 종래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단체장도 있었던 곳이다. 인사를 단체장 마음대로 못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업자와 입맛에 맞는 실무진을 해당 부서에 꽂아 입찰 정보나 기타 행정편의를 도모하는 교활한 후원자도 있지만 다음 선거를 위해 표를 빌미로 겁박하여 요직에 공직자의 인사를 청탁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외부 입김이 공직사회 내부에 영향을 끼치는 바 공무원의 사기 저하에도 일조하게 되는 것이다.
한해 평균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 공개입찰을 통해 가장 적정한 가격, 기술, 서비스, 품질 등으로 경쟁해야 할 품목까지 죄다 무시하고 오로지 지인중심의 공사를 강행하다 폭설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건축물이 있는가 하면 외부인과 결탁하여 무용지물인 건축물을 매입하여 벙치하는 혈세 낭비로 이어지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그러한 공공의 적들이 한데 모여 카르텔을 형성하면 있던 죄도 없어지고 입을 틀어막기 위해 없던 죄도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필자가 이러한 글을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쓸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공무원 인사에 개입하였거나 단체장에게 청탁을 하였거나 임의로 선거판에 뛰어들어 특정 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었던 덕분이다. 위에 나열한 3가지 초심, 약속, 인사만 잘해도 굳이 선거운동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이번 선거에서 경기 안산은 대표적인 시민승리의 선거판이었다. 초반 개표 당시 9천표 이상을 뒤지던 이민근 후보가 시간이 갈수록 격차를 좁히다 새벽녘에는 역전하는 판세를 나타냈다. 최종 개표결과는 이민근 후보로 결정되었지만 경기 안산의 선거판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2년 당시 제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제종길 후보에게 178표 차로 당선되어 재검표까지 거친 바 있다. 당시 윤화섭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표를 갉아먹어 어부지리로 겨우 당선 됐지만 이번에는 민주당과 국민의 힘 정당 결전, 천영미 후보와 이민근 개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팽팽한 결전이 2,000표 차이로 승부를 가른 셈이다.
이민근 당선자는 위의 3가지 외에 당선의 기쁨보다 책임감이 더 커야 한다. 식상한 공약보다 대기업 유치라든가 국제규모의 행사 유치 등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요원한 앞날이 기대된다.
덕암 김균식
심수연 기자






